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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낯섦’의 저항 극복할 수 있어야

[관리자 : 2018-01-09]

Management

 

혁신, ‘낯섦의 저항 극복할 수 있어야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혁신이 수용되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로저스의 혁신 확산 이론은 모든 혁신이 수용된다는 것을 전제하나 실제로는 수용 전 저항의 단계를 거친다. 혁신 저항(innovation resistance)혁신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아니라 혁신이 야기하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많은 기업이 혁신 실패 원인을 기술적인 열등함이나 경쟁 열위 등에서 찾는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혁신을 수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사용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혁신 저항은 수용의 결정 요인으로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기업에서는 영향력이 큰 혁신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혁신이 시장에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혁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황혜정(LG경제연구원)

 

 

많은 혁신이 실패한다. 카테고리마다 다르지만 신제품은 40~90%라는 놀라운 비율로 실패한다. 미국 소비재 기업은 매년 3만개의 제품을 출시하나 그 중 70~90% 12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매대에서 사라진다. 국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출시한 신제품 실패율은 평균 80%에 달한다.1

혁신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 등장한 혁신 기업은 그들이 달성한 업적을 통해 적어도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다. 워크맨을 개발한 소니가 그랬고 휴대전화를 발명한 모토로라가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실을 누리기도 전에 새로운 혁신에 의해 시장이 재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미국의 경영 전략가인 래리 다운즈(Larry Downes)와 폴 누네즈(Paul F. Nunes)는 빅뱅 파괴(big-bang disrup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2 이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을 새롭게 창조하는 동시에 순식간에 기존 제품을 없애버리는 새로운 혁신을 의미한다. 빅뱅 파괴가 발생하면 동시다발적으로 붕괴와 창조가 일어나 기업과 제품의 수명은 매우 짧아진다.

올해로 출시 10년이 된3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한 때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많은 제품이 사라지고 있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으로 인해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디지털 카메라 등이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토이저러스의 파산 역시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이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면 기발한 혁신은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파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기업 대신 자동차 산업의 변방에 있던 부품, 전장, 정보통신(ICT) 업체들이 중심부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자율주행차, 순수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전통적인 자동차업체가 아닌 구글, 테슬라 등이 이끌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 웨이모가 몇 주 전 공공도로에서 처음으로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선보였다. ICT 업체들이 기술로 시장을 이끌면서 100년을 이어왔던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빅뱅 파괴가 예전보다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는 혁신이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경영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변화를 가져온 핵심 동인으로는 첫 번째, IT 및 인프라의 발전으로 혁신적 아이디어 및 기술을 사업화하는데 필요한 초기 자본과 개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었다는데 있다. 두 번째로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자들과 투자 기법이 늘어나면서 사업화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매우 용이해졌다. 과거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 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크라우드 펀딩, 벤처 캐피털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 세 번째는 혁신 수용 주기의 단축을 들 수 있다.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즈에 따르면 최근 혁신 기술을 수용하는 양상은 에버렛 로저스(Everett Rogers)가 혁신 확산 이론에서 구분한 5단계에서 2단계로 크게 줄었다. 최초 수용자들이 제품의 성능을 빠르게 테스트하고 이후 다수자들이 받아들인다는 개념이다(그림 1 참조). 정보기술을 익숙하게 다루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최초 혁신 수용자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면 다수자들이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해 학습함으로써 빠른 확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4

 

<그림 1> 혁신 수용 주기의 변화


자료 : Larry Downes and Paul F. Nunes, Big-bang disruption, HBR, 2013

: 혁신 수용 주기는 로저스의 혁신확산이론에서 밝힌 5단계에서 초기에 빠르게 테스트해보고 이후 다수가 수용하는 2단계로 축소되고 있음

 

오랜 기간 공들인 혁신이 실패하고 혁신의 과실을 누리기도 전에 혁신 수명이 다하는 것은 기업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혁신은 지속되어야 한다. 빠른 적응과 혁신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혁신의 속도가 빨라진 요즘 초기에 소비자에게 수용되지 않으면 제품이 시장에서 사장되어버릴 위험이 크다.

 

혁신 저항

 

기업이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혁신이 수용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혁신 수용과 확산에 관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론은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확산 이론(diffusion of innovation theory)이다. 그에 따르면 혁신은이를 채택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새롭다고 인식하는 아이디어, 관행, 사물이다. 그리고 혁신 수용 정도는 혁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개인이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모든 혁신이 다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교수인 쉐스(Jagdish N. Sheth)는 혁신 저항(innovation resistance)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며 로저스의 이론을 비판하였다. 그는 기존 혁신 연구는 모든 사람들이 혁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혁신이 모든 사람들에 의해 수용된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하였다. 친 혁신적 편향(pro-innovation bias)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비판하며 혁신 저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5 혁신 저항은혁신 수용 시 수반되는 변화에 대한 소비자 저항으로 정의된다. 즉 혁신을 수용할 때 야기되는 변화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혁신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아니라혁신이 야기하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따라서 혁신 저항은 혁신 수용의 반대 개념이 아니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용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이다.

 

혁신 저항 요인

 

혁신 저항이 수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필요한 것은 저항을 일으키는 요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혁신 저항을 일으키는 요인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소비자 저항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현재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방식, 습관 등과 양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과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나 사용에 새로운 기기가 추가로 요구되는 등 행동방식에 변화가 있으면 소비자는 혁신 수용을 보류하거나 거부한다. 이처럼 혁신 저항에는 사용 장벽(usage barrier)이 존재한다. 행동 변화가 많을수록 소비자가 수용하기까지 상대적으로 긴 과정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가치 장벽(value barrier)으로 혁신이 주는 가치의 크기가 혁신 수용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혁신이 주는 가치가 대체하는 제품 대비 월등히 뛰어나지 않으면 소비자의 변화를 유도하기 쉽지 않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는 산업의 신속한 변화를 원한다면 10배 이상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혁신의 절대적 가치뿐 아니라 혁신이 주는 상대적 가치도 중요하다.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면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면 가치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세 번째는 위험 장벽(risk barrier)이다. 모든 혁신은 어느 정도 불확실성과 예상하지 못한 잠재적 부작용이 내재되어 있다. 신약에는 예상하지 못한 신체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친환경차에는 성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또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경제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따라서 잠재적 리스크를 인식한 소비자는 좀 더 알기 전까지 혁신 수용을 연기하려고 한다.6

마지막 저항 요인은, 중요하지만 기업에서 대부분 간과하고 있는 심리적 편향(psychological bias)이다. 혁신은 변화를 수반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다룬 심리학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중요한 사실은 소비자는심리적 균형(equilibrium)’을 유지하려고 하는 내재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은 소비자의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에 심리적 균형을 깨뜨린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심리적 재조정 또는 변화에 대한 저항이다. 소비자는 어떠한 변화도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잠재성이 있기 때문에 재조정이라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보다 변화에 대한 저항을 선택한다. 심리적 편향은 좀 더 세부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7

 

이득보다 크게 보이는 손실

소비자는 혁신 수용 여부를 이득과 손실(gains and losses)관점에서 본다. 100만원을 얻는 것과 100만원을 잃는 것은 심리적 가치가 같지 않다. 무엇인가 손실을 보았을 때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득을 봤을 때의 영향력에 비해 크다. 손실혐오(loss aversion)때문이다. 그래서 혁신 제품이 더 낫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득이 손실보다 크지 않으면 소비자는 수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혁신 수용과정에는 이득과 손실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개인용 이동수단인 모빌리티를 이용하면 목적지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지만 걷기에서 오는 건강상 이점은 잃게 된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매하면 넓은 매장을 헤맬 필요도 없고 계산대에 줄을 길게 설 필요도 없지만 냉장 매대에 진열된 고기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가장 신선한 부위를 고를 수 없고, 진열된 제품을 보면서 저녁 거리를 떠올릴 기회도 잃게 된다. 소비자는 이런 이점을 포기하는 것을 손실(losses)로 간주한다. 아마존은 10년 전 식료품 배달 서비스아마존프레시(AmazonFresh)’를 시작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미국 내 식료품 매출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이득과 손실간의 트레이드오프에서 아직 이득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손실 혐오로 인해 이미 보유한 제품에 대해 주관적으로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어떤 제품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 가치에 대해 그것을 갖고 있기 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행동경제학자 리차드 탈러(Richard H. Thaler)는 실험을 통해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가 있음을 밝혔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이미 소유한 제품에 대해서는 소유하기 전보다 2~4배 정도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단 무엇이든 내 소유가 되고 나면 소유물에 대한 심리적 가치가 상승한다.

 

현상 유지 편향

사람들은 더 나은 대안이 있음에도 현재 상태에 머무르는데 집착하는 경향(status quo bias)이 있다. 윌리엄 사무엘슨(William Samuelson)과 리차드 제크하우저(Richard Zeckhauser)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특별한 이득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현재 상태에 그대로 머물고자 하는 강한 바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혁신제품을 수용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심리적 균형도 지킬 수 있고 변화로 인한 위험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 수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무언가를 유지하고자 할 때 그 결정은 객관적으로 최선이 아니라 단순히현재 상태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혁신을 대할 때도 이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혁신 저항 최소화하기

 

혁신 저항은 수용과 확산을 위한 과정이므로 기업은 이를 단계의 일부로 여기고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자 혁신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행동변화 최소화

혁신이 가져올 혜택의 크기와 고객의 행동 변화에 대한 요구 정도에 따라 혁신은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 고객에게 적은 혜택을 주면서 커다란 행동변화를 요구한다면 실패한다.(sure failures) 반대로 혁신의 혜택이 크고 변화 요구가 적다면 크게 히트(smash hits)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그림 2> 혁신과 행동 변화에 따른 4가지 혁신 유형


자료: John T. Gourville, Eager sellers and stony buyers, HBR, June 2006

: 혁신이 주는 혜택은 크고 요구되는 행동 변화는 적어야 혁신 성공 확률이 높아짐.

 

소비자에게 변화는 낯설고 불편하다. 변화는 소비자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에 요구되는 행동 변화가 클수록 소비자 저항은 커진다. 결국 경험의 균형성(balanced experience)이 중요한데 혁신의 변화가 클수록 행동변화를 최소화해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낯설면 소비자는 주저하게 된다. 혁신은 익숙함과 공존할 때 그 가치가 발현된다.

 

시스템 관점으로 접근

혁신의 최종 사용자는 소비자이지만 혁신 타깃을 소비자에게 직접 맞출 필요는 없다. 기존 시스템에 혁신을 포함시켜 시장에 선보이면 혁신 저항을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자사 음성인식 스피커에코로만 제공했지만 전략을 바꿔 누구나 자신의 제품에 알렉사를 탑재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자도구(SDK)인 알렉사 스킬 키트 서비스를 내놓았다. 알렉사를 독점하는 것보다 사용처를 넓힘으로써 확산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올 초 CES에서는 가정용 전자제품부터 자동차까지 대부분의 제품에서 알렉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포드는 자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알렉사를 적용하여 음성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게 했다. LG전자는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에 적용하여 음성 명령으로 식재료 목록에 물품을 추가하거나 아마존에 주문을 넣을 수 있게 하였다.

차량이나 제품 등에 설치해서(factory-installed) 시장에 내놓으면 비록 강제적으로 사용하게 되나 혁신의 효용을 명백히 체감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시스템에 혁신을 통합시키면 노출 범위도 넓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져 혁신 저항을 줄일 수 있다.

 

테스트 기회 제공

혁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도 혁신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혁신 제품에 노출되는 기회를 늘리고 경험해 보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예상한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고 혁신의 이점도 체감하게 할 수 있다. 소비재라면 샘플링, 내구재라면 무료 체험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내구재에서는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렌탈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대안도 있다. 초기 부담을 줄여주면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고 일정 기간 고객이 제품을 보유하게 함으로써 소유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감 이해해야

 

과거 기업 성공의 핵심이운영 효율성이었다면 지금은창의와 혁신이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 자율 주행차, 드론, 3D 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나노기술, 양자컴퓨터,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등 빅뱅 파괴의 잠재력을 지닌 신기술이 우리의 생활과 산업을 크게 변혁시킬 것이다.

많은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소비자는 기존 제품의 가치에 대해 과대 평가하고 기업은 혁신 제품의 가치를 과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비자는 기존 제품을 준거점(reference point)으로 생각하고 주관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혁신을 창조하는 과정에 몰입해 있으면 혁신이 준거점이 되고 혁신이 가지고 있는 이점에 대해 과도하게 가치를 두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에 빠져들게 된다. 혁신을 바라보는 양 쪽의 시각 차이가 혁신 실패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8 현재 제품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한 성능을 가진 혁신 제품을 개발하면 충분히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할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은 진실(truth)이 아닌 근거 없는 믿음(myth)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QWERTY 자판기보다 속도는 빨라지면서 동시에 타자수 부담을 덜어주는 Dvorak 자판기가 개발되었음에도 QWERTY 자판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했다. 객관적으로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여러 가지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신기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생소한 일반 소비자는 혁신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다. 기업은 혁신을 시작할 때부터 이를 받아들일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저항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 저항은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사용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혁신 수용의 결정요인으로 중요성이 더 부각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혁신 실패의 원인을 기술적인 열등함이나 경쟁 열위, 시장 환경 등에서 찾는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혁신을 수용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앞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기업에서는 영향력이 큰 혁신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혁신이 시장에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혁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AC닐슨 코리아 조사 결과(2006), 소비재 상품 5천여개를 대상으로 조사하였고 출시 후 24개월 이내에 상품이 사라지거나 저성장한 경우를 실패로 정의

2. Larry Downes and Paul F. Nunes, Big-bang disruption, HBR, 2013

3. 대중적으로 스마트폰이 알려진 아이폰 기준. 최초의 스마트폰은 미국 IBM사가 1993년 시장에 내놓은사이먼.

4. 최민경, 혁신의 르네상스시대 생존법?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변신!, DBR, 2015

5. Jagdish N Sheth, Psychology of innovation resistance: the less developed concept in diffusion research, January 1981

6. Jagdish N. Sheth, Consumer resistance to innovations: the marketing problem and its solutions, Journal of consumer marketing 1989

7. John T. Gourville, Eager sellers and stony buyers, HBR, June 2006

8. John T. Gourville, Eager sellers and stony buyers, HBR, Jun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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